[SBS 달의 연인] 이럴거면 '보보경심'은 제목에서 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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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화 연속방송 시청 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보보경심려 보보경심:려 고려

달의 연인 방송 끝나자마자 찾아본 것은 "달의연인 극본 작가"... '조윤영' 작가님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신데렐라 맨' 등을 집필하셨다고 하네요...

광종 강하늘 이준기 하진

영상이야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습니다. 특히 앞서 포스팅한 것처럼.. 예상대로 원작 보보경심 CG보다는 훨~씬 완벽한 영상미였죠. 하지만 훌륭한 영상에 내용을 이따위로 구성해낸다면, 전 차라리 좀 허접한 CG라도 탄탄한 내용의 원작을 한 번 더 보겠어요..


많은 분들이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시는데, 제 생각엔 작가님이 캐릭터들을 너무 과하게 설정해버린 탓이 더 크지 않나 싶어요. 저는 10황자 역을 맡은 백현과 여주인공 해수 역을 맡은 아이유 양의 연기는 캐릭터 설정에는 잘 맞는 연기로 봤거든요. 배우의 연기력 문제보단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 작가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드 중국 步步惊心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성격이 냉정한 얼음황자 4황자 '윤진'을, 실제 얼굴 상처를 가면으로 가리고 잔인한 개늑대 '왕소'로 바꾸면서. 남주와 여주의 첫만남을 아무리 강렬하게 설정하고 싶었다지만 여주를 굳이 끌어 올려 구해주고 패대기치고 찡찡대자 비웃으며 위협하는 설정은...


이준기의 연기력이 진심,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 원작 보보경심에서의, "쓰예와 약희의 첫 만남" 포스팅 추가해요.

달의 연인 1, 2회에서 왕소와 해수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아래의 두 장면을 재해석한 것 같은데.. 왜...(빠득)

http://foggy.tistory.com/621

http://foggy.tistory.com/622


특히 원작의 여주인공 '약희'의 캐릭터도 정말 너무나 아깝습니다.

역사를 잘 알지만(결코 약희가 비현실적으로, 역사 전공 수준으로 역사를 잘 아는 건 아닙니다. 중국에서 청나라 역사는 약 300년 전 쯤이고, 약희는 옹정제에 대한 드라마를 봤었기 때문에. 강희제의 치세가 후대에 좋은 평가로 남는 것, 4황자-8황자가 황위다툼을 하는 것, 4황자의 사람들, 강희제의 승하, 옹정제 즉위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것, 이후 옹정제의 숙청으로 인한 8황자당의 비극적 운명을 알고 있는 것. 예를 들어 13황자가 10년 유배가는 건 알지만 언제 가는지, 이유가 뭔지는 모르는 정도였음.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태종 이방원이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정몽주와 정도전, 두 차례의 왕자의 난 사건들을 아는 정도랄까요.) 그럼에도 역사적 사건 앞에서 최대한 방관자이고 싶으면서 황자들의 어두운 미래를 알기에 외면하기 힘들어하고, 꽤 이성적이고, 조심스럽고, 매사에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는 류시시의 약희를..


황자들도 약희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꽤 잡학다식한 걸로 생각하고, 얘기를 나눠본 이들은 생각이 남다른 여인으로 생각하죠. 황제에게도 '무모하지만 그만큼 견문도 갖춘 아이'라고 인정받는 약희이고원작 소설에서는 후에 옹정제로 등극한 윤진이 장부 보는 것 때문에 머리 아파하자 현대에서 회계 일 했었던 경력을 살려 재무제표 기입하는 법을 알려줄 정도인데. 이런 철저한 이과생 타입의 똑똑한 약희를..


물론 약희도 초반에 밝게 황자들과 잘 어울리지만 머리가 좋아 10황자를 말로 이겨먹지, 머리채 잡고 앞뒤 안가리고 그렇게 대들진 않았습니다. 대신 명옥공주와 시비가 붙어 머리채 잡긴 하지만 명옥이 먼저 시비를 걸었던 일이고, 둘의 관계는 오랜 동안 쌓여온 관계라는 설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구요. 그리고 이 사건은 현대인의 사고를 가진 약희가 타임슬립 이후 처음으로 운명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다루죠.


+ 원작의 설정은 명옥공주의 언니 '명혜'가 8황자의 적복진, 약희의 언니 '약란'이 8황자의 측복진이라 그 전부터 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명옥이 먼저 약희의 언니 약란을 욕하며 시비를 걸어서 생긴 일입니다. 이런 원작의 설정을 좀 탄탄하게 잘 바꾸었으면 좋았을 텐데..


달의 연인에서의 해수는 제작 초반 '현대 억척녀 스타일' 컨셉이라고 했을 때부터 불안하더니... 자기 위치 생각도 없고. 황자 머리채 잡고 대들고.. 1, 2회 내내 계속 놀라는 표정ㅇ.ㅇ짓고. 애초 8황자 부인이 친언니가 아닌 '육촌'언니라는 설정도 좀 약해보이고. 김성균 찾겠다고 오밤중까지 돌아다녀 민폐. 역사는 긴가민가 잘 모르고. 황제와의 대면 때 시조는 절대 못 읊겠고. 13황자와의 학문적 교류에서부터 시작한 깊이 있는 우정도.


아... 더 이상 적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럴거면 왜 '보보경심'을 부제로 달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전 원작인 드라마 보보경심이 명품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들이 한 명 한 명 매력적이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인데도 원작소설의 내용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 소설에서 약간 부족하게 느꼈던 로맨스 요소를 좀더 보충했는데, 그 내용이 극의 흐름에 전혀 방해되지 않았고 오히려 몰입도 높은 명장면이 되었기 때문에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달의 연인은... 고려를 배경으로 설정했으니 스토리 상으로 어느 정도의 변화는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센스있게 바뀔 줄 알았는데. 캐릭터 설정들을 이렇게나 바꿀 줄은 몰랐습니다. 원작소설에. 원작인 드라마까지 있는데. 제목에 원작 제목을 집어 넣어두고도 굳이 원작의 캐릭터 설정들을 저렇게 과하게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특히 약희 캐릭터는 그냥 버린 것 같은데.


작가가 설정한 남주와 여주의 큰 그림이 뭔지는 알겠지만. 좀 시대착오적인 게 아닐까 싶고. 1, 2회에서 보여준 해수는 SBS 드라마 신의 (그것도 2012년 작품...에서의 은수(김희선)떠올리게 하는데. 고려 말로 타임슬립한 은수도 푼수끼가 있는 성격이지만 해수와는 다르게 정말 똑똑했죠. 의사였고. 스토리를 더 봐야 정확하겠지만 글쎄요.. 은수 캐릭터에서 지력 빼고 푼수에 귀여움만 가져온 느낌. 남주 왕소는 내면적인 상처라 해도 충분히 표현해 낼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이준기인데. 상처를 굳이 가시적으로 드러내어 가면으로 가려놓고. 드러난 얼굴 상처는 생각보다 꽤 괜찮아서 이준기가 '봤어?'라며 황급히 가릴 때 조금 의아해졌던 게 함정... 황자들의 대화, 말투들도 아무리 퓨전사극이라지만 지나치게 현대극과 가까워서 그나마 이준기 혼자 사극 찍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스토리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론은 절대, 중국 원작의 보보경심을 생각하며 보면 안되는 '리메이크작'이네요.

사전에 공개한 영상들 보고 기대가 정말 컸는데. 기대한 1인으로서 너무 너무 아쉽습니다.




이 리뷰를 남길 당시엔 드라마 극 초반이어서,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실례가 될 것 같고 너무 강한 비판은 안되겠다 싶어서 좀 조심스럽게 썼던 편인데 너무 유하게 썼다 싶어 후회 되네요. 오늘 우연히 19화 본방 보고 원작 파괴+캐릭터 파괴+발로 하는 재구성+엄청난 분량 몰아넣기에 컬쳐쇼크. 한 회차에 원작 보보경심 에피소드 몇 개가 들어있는 건지..?


오늘 본 19화에만 적어도 29화~33화 내용을 때려 넣었네요. 13황자-녹무(백아-우희) 사건은 27화 에피였고. 송골매 사건은 22화(대신 8황자-강희제 갈등)였고 8황자-쓰예 대립, 이로 인한 쓰예-약희 갈등은 29화에 태묘 사건으로 따로 있었는데 이 둘을 송골매 사건으로 병합해 놓고. 심지어 이 일로 싸웠던 둘은 냉전을 거쳐 다시 달달하게 화해했는데;_;


가장 중요한 약희의 출궁과 쓰예의 분노. 이 부분은 2회에 걸쳐 진행된 부분인데. 그 갈등이 빚어지고 심화되는 과정은 패스하고, 결과만 보여주기 급급하니 감정선이 이해가 잘 될 리가. 그렇다고 어떻게 그 개연성으로 꽉꽉 차있던 원작 스토리를 개연성은 개나 줘버리라며 그렇게 갖다 붙이려 했는지.. 이건 애초 35화 내용을 20화로 편성한 것도 문제지만. 원작 캐릭터, 스토리 파괴하는 작가님 탓이 제일 큽니다. 진짜 작가님 앞으로 리메이크 절대 하지 마세요. 다신 하지 마세요.